끄적끄적

해골물과 같은 깨달음

timemaker 2022. 12. 19. 00:03

 

평일에는 징그러웠던 눈이었다.

군대 제대하면 눈 치우는 일 없을 것이라 장담해왔건만

직업 선택이 잘못되었는지 눈이 오면 쓸어야 한다.

 

 

쉬는 토요일.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 밖 풍경은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간밤에 목이 말라 달달하게 마셨던 물이 본질은 해골물이었듯이,

꼴 보기도 싫었던 하얀 쓰레기 같았던 눈이,

눈 뜬 아침에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느낌만 스쳐간 감성과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밤에 별 사진이나 찍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해서 외출했는데

서산 지나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새벽 1시가 넘으니 눈 때문에 고립될 것 같아

안면도로 향하던 운전대를 돌려 태안 시내로 대피를 했다.

 

 

 

 

 

 

 

 

 

 

시원한 겨울 바다에 하얀 눈이 더해지니 

그동안 얼빠진 마음과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고민하다가 트레킹화를 놔둔 탓에

러닝화로 '발은 없다' 란 생각으로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언제쯤 눈 다운 눈을 볼 수 있으랴...

기상 이변으로 눈 구경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 말이야...

 

 

 

 

 

 

 

 

 

 

 

 

 

 

 

 

 

많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개심사가 생각나서 이동했는데 공사 탓에 카메라보다

마음의 눈으로 풍경을 셔터질했다.

냥이가 있어서 올라가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해골물과 같은 깨달음 덕분에

좋은 풍경과 마음을 가지고 들어오게 되었다.

자주 나가서 셔터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