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다녀옴

[댑싸리 공원] 가족 여행

timemaker 2024. 11. 7. 22:53

 

요즘 어디 가자는 말이 부쩍 줄어든 엄마가 한마디 했다.

한탄강 주상절리를 가고 싶단다.

동팔 - "거기 걷는 게 길어서 엄마 힘들 텐데?"

엄마 - "그치? 힘들겠지?"

 

 

 

오랫동안 복용한 혈압약에 뇌경색이 와 쓰러졌지만

걸어서 퇴원한 희박한 경우의 환자였다.

주민등록증 나이보다 실 나이가 더 많아서

노인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아직 짱짱한 장년으로 되어 있을 거다.

(젊으니까 좋아해야 하는 건가 ㅡ,.ㅡ?)

 

 

쓰러진 경험 때문인지 아무래도 예전과 많은 차이점이 생겼다.

급격한 체력 저하와 늘 퉁퉁 붓는 종아리,

지긋지긋한 두통과

약인지 밥인지 구분 가지 않는 수많은 처방들.

 

 

 

 

 

후지 gfx50s2 +35-70 양지와 음지에서의 빛 차이가 중형 와서 유독 더 느껴진다.

 

 

 

 

 

자식들이 잘 사는 형편도 아니고

본인도 잘 사는 형편이 아니다 보니

'각자도생'이라는 정치적 희화의 언어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요즘을 지내고 있다.

 

 

 

누나의 사정도 겹치다 보니 나도 스트레스받고 있지만,

아무래도 엄마가 죄책감을 많이 느끼나 보다.

조금 더 잘 살았더라면.

조금 더 있었더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삶을 살고 있었을까?

하는 과거의 생각들을.

 

 

 

그래도 놀러 간 주말은 기분이 좋았는지 계속 밝은 표정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돌아가셨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요즘 아빠들보다 더 가정적인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가진 식사 한 끼,

소소하게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서 소소한 과거들이 생각나서 일거다.

밥 먹으면서 할아버지 얘기를 몇 번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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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중면 댑싸리 공원 가는 길은 태풍전망대로 가는 길이다.

청소년기를 파주와 연천에서, 군생활을 연천, 포천에서 겪은 나는

꽤 오랫동안 윗 지방을 가지 않았다.

연고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뭔가 좋지 않은 기억들이 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거부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나 관리라고는 별로 하지 않는 도로를 지나

산속으로 꼬불꼬불 올라가다 보면

마을에서 조성한 공원이 하나 있다.

원당리도 호로고루를 이렇게 만든 것 같은데... 

어느 지역의 축제 성공 경험 때문인지,

관광객이 올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고

그 지역에서 농사지은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이런 시스템이 많아 보이기도 하다.

물론 바가지가 없어야 사람들이 또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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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만드는 댑싸리는 괜찮아 보였다.

핑크색이 만연할 때에 사람들이 많이 가겠지만,

시기가 지나 갈색과 고동색, 검정이 판치는 지금도 꽤 멋있었다.

파란 하늘과 은행나무의 노랑 때문이었을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음지가 없다 보니 원색 가득한 우산을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빌려줘서

인스타 감성을 더더욱 느끼게 한 것도 한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우산 수량은 제한이 있지 않을까? 

나름 심각한 나만의 고민이다. 

 

 

 

산책로를 조금 벗어나면 "지뢰"라는 경고가 있는 철조망도 보인다.

군 생활동안 지뢰제거작전에 두 번 참여한 경험이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저 경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gfx50s2 +35-70

 

 

 

 

 

처음 가져간 카메라로 촬영했더니

색감이나 컨트라스트를 보정으로 맞춰야 해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진하네. ㅋ

 

 

 

바람이 불면 춥다.

바다 살아보니 늘 바람과 마주하고 있지만

산동네에 윗동네 자체가 기온이 낮은 데다

해가 일찍 지는 탓에 늘 추운데

바람까지 불면 '지옥은 이런 곳인가?' 하는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이날 바람이 조금 불었다.

그리고 연천 살 때는 몰랐는데 충청도 와서 그런가?

연천 주변의 산들, 동네의 산들은 높은 편이다.

충청도가 너무 낮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네;;;

 

 

 

 

 

시그마 fp + 파나 100mm f2.8 마크로

 

 

 

 

 

가족사진 보정 되게 열심히 해서

엄마한테 톡으로 보냈는데

답변이 없다.

억울하네.

잠 안 자고 했는데. ㅠ_ㅠ

 

 

 

일요일에 다녀왔더니 체력은 완전히 방전되어

목요일인 지금에야 슬슬 돌아와 글 쓰는 지금 시간에도 금방 기절하지 않는

내구도 +40 정도의 사람이 되어 있지만...

 

 

 

 

 

gfx50s2 +35-70 명부, 암부 모두 좋다. ㅠ_ㅠ 감동이양.

 

 

 

 

 

 

이렇게 추억 여행 하고 왔다.

익숙한 도로들,

익숙한 주변들,

새로 생긴 변덕의 도로와

새로 생긴 알지 못하는 주변들.

 

 

 

오래간만에 어딘가를 가면 기존 것이 없어져 늘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연천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인지

(진짜 산 넘으면 월북임 -0-)

아직은 예전의 도로와 기억들이

어렴풋이 잠재되어 있는 구석에서 나와 밝은 빛을 봤다.

 

 

 

나중에 별 사진 찍고 싶다.

여긴 진짜 멋지게 나올 것 같아.

 

 

 

 

 

시그마 fp + 파나 100mm f2.8 마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