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주말 촬영을 끝내고 좀비 같은 영혼 없는 월요일 일과가 끝나면
저녁은 갈대 같은 연약한 상태가 되어 침대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어린이처럼 일찍 잠들어버리면,
이런저런 꿈속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아침 6시가 되면 정확하게 눈이 떠진다.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늦장 부리다 7시가 된다.
긴 호흡에서 나오는 심리적인 안정이 있다면
긴 잠에서는 놀랍도록 신체적인 피곤함과 정신적인 피곤함까지도 줄어든다.
컴퓨터를 켜 놓은 상태로 잠이 들어 버렸네.
무언가 글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켜 놓았겠지.
사진 옮기고 보정하고, 글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있었지만
사실 머리에서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으니 그냥 잠들었던 것 같다.
사진을 옮기고 보정하는 것은 무의식의 흐름처럼 일상인 듯,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김영갑 선생님 사진을 좋아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선생님 작품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컴퓨터를 향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들을 읽기 시작했다.
아...
내가 바람을 담고 싶었던 이유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구나.
장노출 사진을 찍고 있지만 왜 찍는지에 대한 이유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야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었다.
너무 오래 잊고 있었네.
원하는 사진을......
계속해서 잊어버리니 메모하고 공부하고 기억해서 상기시켜야 한다는 말을
무엇인지 모르는 존재에 오랫동안 덮어 씌운 것 같다.

선생님처럼 그저 바람을 담고 싶었다.
날씨 좋은 날엔 담길 수가 없다.
남들이 나가지 않는 날 나가야 담을 수 있으며
장노출 사진의 의미를 비로소 주말 촬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사진에서 미숙함이 느껴지지만
점차 원하는 것을 찍을 수 있으리라.
한 장소에서 두 시간 정도 찍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같은 사진을 원할 때까지 찍다 보니 업로드할 것은 줄어들겠지.
근데 사진 모두 다르게 찍힌 건 소름 돋네.

어떻게 담고 어떻게 표현할지,
아니다.
"어떻게" 라는 단어 보다 "얼마만큼" 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어떻게 표현하는 것은 알아내서 찍고 있으니
후보정 단계에서 현실적이고 엉망인 사진을
내가 원하는 만큼의 빛과 어둠으로 채우는 작업도 공 들일 수밖에 없네.
나중 되면 구석구석 브러시질 하고 있으려나?

두 달 정도의 깊은 고민이
어이없게도 잠 푹 자고 일어나 멍 때리고 있는
새벽 아침에 해결이 되어 버렸네.
"생각이 정리되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자.
얼마만큼 해야 할지 알아서 정리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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