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와 휴일이 주는 불공정함을 생각하며
주말만 사진 찍는 내게,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한 계산을 해보니
로또만큼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더라.
1년 365일 중 사진 촬영 할 수 있는 시간 = 96일
격주 근무니 토요일 절반을 계산하면 = 72일
날씨 좋은 주말, 장소,
배터리 안 챙긴날, 메모리 안 챙긴날,
집안 사정, 개인 약속 등등등...
72일 중 절반만 성공해도 36일...
확률상으로 10%.
특히 올해처럼 여름과 사유의 겹침으로 3개월을 날려버리면,
그 확률은 학창 시절 전교 1등과 같은 느낌으로
압도적으로 1에 가까워진다.
바람이 남긴 것을 촬영하고 싶었으나
무엇을 찍을지, 어떻게 찍을지,
어떤 결과물을 원했는지 "잘" 몰랐기에,
카메라 액정에 보여지는 결과물도
"늘" 한심한 사람의 결과물이었다.
지난 주말 본가에 가서 책장을 확인하니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집을 가지고 있었네?
바람 느끼는 것을 오감이 아닌,
오직 타인의 정사각형에 갇힌 시각으로 보이는 것에
너무 감동해 구매했던 책인데...
이제서야 다시 느끼다니.
망각의 동물인 건지, 그냥 망각인 건지, 그냥 동물인 건지,
알 수 없는 느낌이 발아래에서 뇌까지
한겨울 추웠다 따뜻한 곳에 들어가 느끼는 온기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름 따라 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해봤지만 느낌은 살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람 부는 잎을 바라보면,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움을 느끼지만,
내 사진은 전혀 표현하지 못했다.
물론 20년을 바쳐 온 작가님의 시간에 비하면,
이제 카메라 구입한 신입과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나름의 사진 경력에 뭐라도 나올 줄 알았던 것은 어찌 보면 자만이었다.
"잘"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마술, 아니 마약 같은 통제되지 않는 취함이었을지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이용하되, 똑똑하게 시간을 줄여서 활용해야 한다.
평일 근무가 끝나는 시간이면 이유와 분석과 공부를 이용해,
필드에서의 시간이 아깝지 않게 1초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사진 찍는 시간의 불공정함이 주는
좋지 않은 기분을 줄일 수 있으니까...
최초의, 근본적인 생각이 이미 글러먹었네.
지금이라도 깨우쳤으니 실행할 일만 남았구먼.
"잘"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생충 숙주 같은
행동 지침과 생각들을 빨리 벗어나야지.
애초에 "잘"이라는 말이 주는 함정은
포장되어 보이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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