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을 알기 전까지

"바람"은 그저 오감을 2차원의 시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난해한 존재였다.

몇 년 동안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지만 '이게 바람인가?' 싶은 사진들만 남아

머릿속에 궁금함만 가득 채워 넣고 있었다.

 

 

 

'잘 찍힌 사진 확률 계산하기'란 글을 작성하면서 고민을 철저하게 했다.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집을 펼쳐보며

내가 찍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에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면,

정리된 생각과 촬영 기술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첫 시도처럼 된 사진. 그동안 망쳐서 사진을 지웠으니까. 하하하하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니

사진도 방향성 없는 평범한 사진이 돼버린다.

흔들림에 치우치니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사진만을 계속 남긴다.

그리고 이건 아니라 얘기하며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3주의 시간을 보내고 남지 않으니 허무했다.

나에게는 남지 않은 기분이 남아,

공허한 머릿속을 역설적으로 가득 채웠다.

 

 

 

 

 

나름 성공한 사진

 

 

 

 

 

 

한 장을 얻었다.

원하는 표현에 비슷한 한 장을...

색감은 뒤틀어져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상상했던 그림을 나타내서 기분이 괜찮았던 사진이다.

색감 뒤틀리고 어쩌고는 나중 문제이고,

피사체 표현이 가능하냐 하지 않느냐가 더 먼저니까...

 

 

 

사실 다중 노출 기능을 이용한 촬영을 하고 싶었지만

내 카메라에는 그런 기능은 없다.

소지한 두 카메라 모두 그런 기능은 없다 ㅠ_ㅠ

다만 한 카메라에 다른 기능이 있어 원하는 것이 나올까 궁금하던 차에

지난주 주말,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다중 노출 같은 이미지.

뼈대는 존재하는 이미지에 흔들리는 것들.

그래! 내가 봐 왔던 사진이야!!

이제야 나타낼 수 있었구나 ㅠ_ㅠ

 

 

 

사진 한 장에 나타난 이미지가 그동안의 생각을 보상해 주니

그래도,

'그동안 고민하고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찍었던 사진들이 헛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정확한 사진은 아니지만 보여줬으니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보였으니까.

 

 

 

뇌리 깊숙이 새겨졌으니 바다 장노출 사진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별사진도 그렇고...

으하하하하하하하 기분 좋네.

 

 

 

 

사진은 그림을, 그림은 사진을 따라가는 것처럼,

그림 같은 사진을 향한 본격적인 작은 한걸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