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걷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곳.
태안 해변길 5코스 노을길.
무언가 알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진 찍는 어떤 코스였을 뿐인데...
도착해서 지도를 살펴보니 걷는 것도 사진 찍는 것과 비슷한 동선을 보인다.
백사장항 어촌계 옆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어떤 카메라를 선택할까 고민하다 G9와 12.4로 가볍게 갈 것을 선택했다.
롱패딩에 물티슈, 500ml의 물병 하나를 주머니에 넣으니
제법 무게가 느껴진다.
3년에 원하는 월급까지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4년차인데도 아직 도달하지는 못했다.
회사에서 혼자 연봉 협상 실패했고
사장은 원하는 월급을 주는 대신 나에게 권고사직을 돌려준다.
혼란한 마음을 추스리고 걷다 보면 아무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아
자주 눈여겨 보던 곳으로 찾아갔을 뿐이다.
병신취급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병신이라서 병신 취급했던 것이다.
이 결론 하나로 회사에서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갔다.
토요일 아침. 양주를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호원IC에 진입했는데
콧물인 줄 알았던 눈물이 슬프지도 않은 감정과 무표정한 모습으로
허벅지에 뚝뚝 떨어지며 흐려지는 시야가 평택까지 이어졌다.
많이 억울했었나 보다. 열심히 했는데 생기는 결과가 이거니까.
사진에서 느껴졌던 상실감을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느끼게 되니 좋아하던 일을 했을 때의 상실감과는
전혀 반대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생각하지도 못한 눈물이라니.. 살다보니 별 경험을 해본다.
뭐 이렇게해서 떠난 걷기 여행이 되었다.
백사장항에서 출발과 동시에 만나는 길.
참 좋아하는 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북적거려야 할 백사장항에 사람이 없다.
관광버스까지 오는 곳인데 참으로 한가하다.
이곳을 지나면 긴 해안길이 나온다.
재수 좋게 도착한 시간이 썰물 때라 바다쪽으로 더 갈 수 있었다.
얼마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리를 나중에 지도로 보니 5k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걸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주변이 조용해야 하겠지만 파도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으며 걸어가니
정말정말정말 기분이 좋다.
걷다보니 휴식이 필요해서 쉰 곳에서는
물이 들어올 시간까지 기다리다
눈 앞에서 작은 파도를 마주하자마자 '안녕'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나머지 길은 산이 조금(?) 있는데
체력이 좋지 않다보니 나이키 신발, 아디다스 신발 등을 외치며
올라가서 사진이 없다... ㅠㅠ
갑작스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니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바로 눈 앞에 꽃지를 상징하는 바위들이 보이니까...
생각보다 짧다(?)라는 이상한 느낌을 가지고 방포에 도착했다.
의자를 찾고 앉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바람이 들어오는데 이 상황속에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방포 넘어오는 3km의 구간이 정말 최악이였다. ㅠㅠ
자주 걸어다니는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평지만 생각했는데. 엉엉엉 ㅠㅠ
해가 지는 모습은 따로 올려야지.
색이 마음에 들게 잘 나왔다.
아무튼..
갑작스레 걸어서 무리가 왔는지
되돌아 가던 중 종아리에 근육 경련이 생겨서 택시를 타고 복귀했다.
택시 타려고 한 짓도 쓰면 소설 하나는 나올거 같긴 한데.. ㅡㅡ
걸었던 거리를 지도로 대충 계산하니 20km가 나왔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도착한 백사장항에서 차를 운전하는데
악셀 밟을 힘이 없어 국도를 50km의 속도로 왔다. ㅠㅠ
뭐... 하루가 이렇게 끝나버렸다.
덕분에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하루가 되어버렸다.